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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준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7-12 21:13 조회781회 댓글0건

본문

제가 회장으로 있는 <뿔> 동인지 3호가 도서출판 <이로재>에서 발간되어서 소개합니다.

제목은 《몽환적인 망설임》입니다. 이번 호의 특징은 초대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현식 시인이 초대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원 9명의 각 7편의 시가 실리고, 공동시 3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 동인은 전위시를 표방하고 있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동인회입니다.

 

표지와 저의 시 세 편을 맛보기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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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표지입니다.

 

깃발2

 

바람이 없을 때 너는

죽은 좃이다

여름날의 황소불알이다

헐떡거리는 개의 혓바닥이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너는 자다가도 일어나 봉창을 두드린다

더 세게 불면,

너는

선동가가 되어 설탕 같은 폭탄을 퍼붓는다

함성을 흔들고

핏대를 세운다

그러나 더 세계 불면,

너는 꼬리를 내리고

이데올로기를 휘감아 감추고

지하로 숨는다

그러나 깃대를 뽑지는 못한다

너는 혁명을 부르짓지만

깃대에 매여 있어 혁명을

완성하지는 못한다

너는 스스로 서 있는 게 아니다

바람이 너의 신이다

바람이 너의 수령이다

너의 어버이다

 

 

역설14

-억지

 

지옥이 천국이다

천국, 천국 하니까

지옥이 생긴다

천국이 없으면 지옥도 없다

 

수천 년 전 어느 어리석은 사나이가 만들어놓은 천국 때문에

인간은 오늘날까지 지옥에 산다

천국이 없었다면 지옥도 없다

 

 

신경기체가新景幾體歌 3

 

 

아슬빤쯔 입은 아가씨가 손전화를 열독하며

돌진해 왔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데

향긋한 언어가 코의 점막을 쑤시고 광속으로 우뇌를 강타했다

부딪혔다면 좋았을 텐데

ㅋㅋㅋ ㅋㅋ

나는 얼굴을 붉히며 이동사다리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쾌속 강림하였다

맞은 편 좌석에 아슬치마를 입은 다꼬녀가 앉아

지난至難한 사고思考를 했다

 

긔 엇디하니잇고

 

매화가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석류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붉게 웃었다

못난이 모과도 덩달아 웃었다

벚나무들이 치마를 화려하게 걷어 올렸다

산수유도 걷어 올렸다

주변의 모든 기호들이 ㅎㅎㅎㅎㅎ

그러나

동백은 세상을 저주하며 투신자살하였다

땅이 입을 벌리고 붉은 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비명을, 풀들이 질렀다

 

긔 엇더하니잇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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