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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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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12-08 00:00 조회18,7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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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한글이 홀대 받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시입니다. 좀 오래된 시입니다만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올려 봅니다.
 
 
                                   쫓겨난 한글
                                                                                                                            강준철
 
한글이 길거리로 쫒겨나
매연을 마시며
전깃줄에 목이 걸려 숨이 넘어가는 기침을 하고 있다
하늘 찌르는 으시대는 건물에서 쫓겨나고
우리의 공동주택에서 쫓겨나고
자동차와 비행기에서도 쫓겨나고
조그만 머리방에서도
커피점에서도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쫓겨났고
조그만 과자 껍데기에서도
연필이나 공책, 지우개에서도 쫓겨났다
회사와 관공서와 학교에서 쫓겨나고
신문과 잡지에서, 방송에서, 영상매체에서도, 지식과 정보의 바다에서도
우리의 글과 노래와 그림과 춤에서도 쫓겨나고
선수들의 가슴과 등에서
우리의 모자와 셔츠와 팬티와 양말에서도 쫓겨났다
우리가 먹는 물과 과일과 채소에서도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물약과 알약에서도
심지어 호적에서도 쫓겨나고
대한민국의 하늘, 땅, 사람에게서도
다 쫓겨났다
아니 우리의 머리와 핏속에서도 쫓겨났다
 
예전에는 되놈의 발에 차였고
어제는 일본 놈에게 목이 졸리고
오늘은 양놈의 주먹에 얻어 맞는다
아니 주인에게 얻어터진다
내일 다시 되놈이 세계에서 제일 힘센 놈이 되면
우리 불쌍한 한글은 다시 되놈 밑에서 화냥짓을 할 것이다
한 번도 대접 받지 못한 불쌍한 한글이여
이제 겨우 살려 놓은 한글이여
이제 어디서 우리는 우리의 크고 아름다운 꽃을 길어 올리고
언제 다시 싱싱한 입을 얻어 태양을 노래하며
우리의 가슴에 강철의 무지개를 걸어볼 수 있나
 
돈이 생긴다면 나라도 팔아먹고 마누라도 팔아먹는
천박한 사람들아
왜 우리의 하늘을 팔아먹느냐?
왜 우리의 땅과 꽃을 팔아먹느냐?
아무리 발로 차고 목 조르고 쥐어박아도
아무리 머릿속에 구정물을 부어도
어린 백성들의 넓고 깊은 바다 속에서
우리의 위대한 님은 반드시 잡초처럼 무성할 것이다
언제나 역사가 그러했듯이
 
* 201172616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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