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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전공자로서 말씀 드립니다 - 신은왜 님의 궁금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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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동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9-14 13:47 조회16,009회 댓글0건

본문

(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웹서버 관련 동호회에 올려진 글인데, 회원이 아니면 읽어볼 수 없기에 본문을 퍼왔습니다.)

 

대학에서 국어사를 가르치고 있는 전공자입니다

우선 일반인들이 잘 모르시는 게

첫째, 말과 문자의 관계

둘째, 음소와 문자의 관계입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문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의미를 표현하는 표의문자와 소리를 표현하는 표음문자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표적으로 한자가 표의문자이고 알파벳이 표음문자입니다

일단 신은왜 님이 제기하신 "좀 더 간결하게 만들어서 뜻을 전하지 못할까"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한글은 뜻을 전하는 문자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한글은 문자라는 것이고 특히 한국어 말소리를 표기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간결하게 만들어서 뜻을 전한다"라는 전제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신은왜 님이 말씀하신 대로 하려면 한국어의 문법 구조가 원하시는 대로 변해야 합니다

한글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자음 중에 쌍으로 시작하는 것은 왜 못 없앨까"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우선 이 점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사실이 우선되야 합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 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는 모든 분들이 아시는 대로 "어리석은 백성의 문자 생활"을 통한 교화입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는 이 목적만이 너무 강조되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논문 수준이 되는지라...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후 가장 먼저 명을 내린 것이 바로 "운회를 언해하라"였습니다

사실 "운회"가 정확히 무엇인지 기록에 나와 있지 않아 문제가 되지만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학계에서는 "고금운회거요"라는 원나라 운서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명 때문에 세종과 최만리가 논쟁을 벌였고요. 사실 김윤경 선생의 비난에서 시작되었지만 최만리는 당시 집현전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부제학이었습니다 따라서 최만리가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아무 말 없다가 완성된 이후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 "운회"를 언해하라고 왕이 명을 내렸는데 그 결과물이 없었고, 아무런 이유없이 어느날 갑자기 "동국정운"이라는 운서가 나옵니다

동국정운은 당시 우리 한자음을 한글로 표기한 책인데 실재 우리가 쓰던 한자음보다는 당시 중국의 지배자였던 명의 한자음에 가깝게 표기되었죠.

그 이유까지 말하면 너무 기니 일단 패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위 쌍자음(정확히는 각자병서자) 중에서 "ㅆ, ㅎㅎ, ㅇㅇ"과 극히 드문 예로 "ㄴㄴ"이 우리말 표기에 사용되었고, "ㄲ, ㄸ, ㅃ, ㅆ, ㅉ" 등이 이 동국정운에 사용되었습니다

물론 아주 정말 극히 드문 예로 우리말 표기에도 사용되었지만 그 숫자는 정말 미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ㄲ, ㄸ, ㅃ, ㅉ" 등은 중국식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 쌍자음들이 지금처럼 된소리 표기를 위한 문자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쓰는 "ㄲ, ㄸ, ㅃ, ㅆ, ㅉ"은 근대국어시기의 "ㅅㄱ, ㅅㄷ, ㅅㅂ, ㅅㅈ"들이 1933년 한글마춤법통일안에서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한 후 그 대체제로 쓰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럼 두 번째 의문에 대한 결론입니다

 

"자음 중에 쌍으로 시작하는 것은 왜 못 없앨까"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말 자음 중에 평음([ㄱ]), 격음([ㅋ]), 경음([ㄲ])(주: [ ] 표시는 발음 표시입니다 [ㄱ]은 'ㄱ'이라는 문자가 아닌 발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이 있고, 이들 소리를 각각 'ㄱ, ㅋ, ㄲ'으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만약 격음이나 경음이 한국어 체계에서 사라진다면 'ㅋ, ㄲ'이라는 문자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되겠죠?

 

자, 끝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두 번째 "음소와 문자의 관계"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주변에 성별, 나이, 출신 지역, 교육 정도 등등의 조건이 다른 다섯 분 정도에게 [아]라고 발음하도록 해보세요

그 다섯 분의 [아] 발음이 정말 똑같을까요? 기계를 이용해 분석한다면 그 분석값은 반드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다섯 분이 발음하는 각각의 소리를 [아]라고 인식할까요?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발음하지만 똑같은 소리로 인식한다고 칩시다

만약 사람마다의 각각 다른 발음을 말소리를 표기하는 문자로 표기한다면 아마 인구수만큼의 문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각각 다른 소리를 하나의 공통된 소리로 인식합니다 이때 인식하는 하나의 공통된 소리를 '음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음소라는 소리에 대응하여 문자를 만들어 사용한다면 문자수는 확 줄어들 수 있겠죠.

 

한국어와 한글은 절대 '한국어 = 한글'의 관계가 아닙니다

단적으로 한글이 만들어진 1443년의 한국어와 지금 2019년의 한국어가 동일할까요?

우리가 쓰는 한글이 15세기 한국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15세기 한국어가 변해온 2019년에 그런 특성의 한글을 쓴다는 점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어가 변할 때마다 문자 체계를 강제로 변화시킨다면 문제가 더 이상 없을까요?

비슷한 예로 저는 중2까지 "-읍니다"를 썼는데 갑자기 중3때 "-습니다"로 바꿔 쓰라고 하더군요

또한 사람들은 "짜장면"이라고 발음하고 쓰는데, 얼마 전까지 "자장면"을 쓰도록 강요받았죠

 

마지막으로  "ㅃㅉㄸㄲㅆ 이 것은 사실 발음을 세게 하려고 하는거지 실제는 필요없지 않나요?"라고 하셨는데

만약 빵집에 가서 "빵 주세요" 대신에 "방 주세요"라고 한다면 점원은 어찌해야 할까요?

욕할 때 "썅" 대신에 "샹"이라고 한다면 의미전달이 잘 될까요?

 

물론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는 문자들은 생명력을 잃고 사라지게 되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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