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반대하는 공동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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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동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29 16:07 조회5,429회 댓글1건첨부파일
- [취재요청기자회견문포함]부산_영어상용도시정책반대_공동기자회견보도자료.hwp (81.5K) 8회 다운로드 DATE : 2022-08-29 16: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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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반대하는 공동기자회견
부산 34개 시민사회단체와 76개 국어단체 함께
예산 낭비, 시민 불편, 문화 혼란 규탄에 한 목소리
전국적 반대운동 공동기구 조직할 계획
2022년 8월 29일 오후 1시 30분에 부산시청 앞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의 선거 공약인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34개 부산 시민사회단체들과 76개 국어단체들의 공동기자회견이 열린다. 부산 작가회의, 인본사회연구소, 전교조 부산지부, 포럼지식공감, 우리말글사랑행동본부, 북편사(북녘동포에게 편지쓰는 사람들), 부산흥사단 등 34개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문화연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외솔회 등 76개 국어단체가 정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국치일인 8월 29일을 맞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부산의 영어상용도시 정책이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 막바지에 벌어졌던 우리말글 말살 ‘국어(일본어)상용’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싱가포르처럼 영어권 식민지였던 나라나 인구가 적은 북유럽 다언어 국가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영어상용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무모한 인위적 언어 실험일 뿐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모든 도시에서 실패했던 영어마을을 확대 설립하여 예산을 낭비하고, 공공기관에서 영어상용을 주도하게 하여 공적인 의사소통에서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알 권리를 침해하며, 행정의 본질적인 기능이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어단체 연합조직인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과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부산과 서울 등 전국에서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조직하기로 하고 공동의 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공동기자회견에 참여하는 주요 단체는 기자회견문 참조.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반대하는 국어단체들과 부산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국어기본법 거스르며, 예산 낭비, 시민 불편 부를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 교육 도시 부산’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오늘 8월 29일은 112년 전 우리 땅 우리 주권이 일본 제국주의의 손아귀에 완전히 넘어간 날, 바로 국치일이다. 조선땅을 삼킨 일본은 우리 민족의 얼을 짓밟고 일본에 동화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조선어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일본어로 편찬하였고, 행정 문서도 일본어로 작성하였다. 특히 일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강제한 ‘국어상용운동’이 그 절정이었다.
일제는 중일전쟁 이후 1938년부터 조선어교육을 폐지하다시피 하고 1942년부터는 국어인 일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국어 상용 정책’을 펼쳤다. 조선어교육은 완전히 폐지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학교와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일본어를 쓰라고 강요하였다. 이를 위반하는 조선인에게는 벌금을 물렸고, 주민과 가족의 신고를 받았다. 조선어와 한글을 사용하면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일제로서는 정해진 길이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사용하는 땅, 일본인이 사는 데 편리하고 좋은 땅을 만들겠다는 목표였으리라. 그 국어상용, 즉 일본어상용의 악몽이 부산의 영어상용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건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도시, 외국인이 사는 데 편리하고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영어권 식민지였던 나라나 북유럽처럼 적은 인구에 여러 언어를 사용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을 인위적으로 강행하려는 무모한 실험이다. 그 후유증은 엄청난 영어 남용일 것이다. 부산시는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교육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영어 교육 환경과 영어 소통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하였는데, 그 모든 정책은 예산 낭비와 시민 불편으로 귀결될 위험이 너무 크다. 게다가 이미 한류로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우리 문화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우리말을 잘 가꾸고 한글을 지켜 문화국가의 바탕을 더 튼튼하게 다지고자 하는 국어단체들과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까닭으로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반대한다. 우리는 지역을 뛰어넘는 공동 행동 기구를 만들어 필사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것임을 밝힌다.
첫째, 실정법인 국어기본법을 어기면서 국어 발전을 가로막는다.
국어기본법 제4조 1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사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영어상용 정책은 이 책임을 무시하고 짓밟는 짓이다. 더구나 국어기본법 제14조에서 공문서 등은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한글로 작성하라고 규정하였는데, 영어상용을 추진하게 되면 이 규정 또한 밥 먹듯이 어길 것이다. 지금도 부산시는 공문서에서 외국어 남용이 가장 심한 지자체이다. 부산시장은 국어기본법을 살펴보고, 영어 상용도시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둘째, 실패한 사업을 답습하여 예산을 낭비하고 영어 사교육 부담을 키울 뿐이다.
부산시는 ‘글로벌 빌리지’라는 이름의 영어마을을 다섯 곳이나 운영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미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모두 실패로 끝난 사업을 답습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한 번 세워 운영을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이런 시설은 부산시민과 국민이 낸 피땀 어린 세금을 마구 축낼 것이다. 국제학교를 새로 만들거나 들여오는 것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학비도 엄청 비쌀뿐더러 국제학교 재학생의 대다수가 한국 학생이 될 것이라 사교육 유발 위험이 크다.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을 영어 체험장으로 삼겠다는 발상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 공부 부담을 안기고 조기 영어교육 열병을 다시 퍼뜨릴 위험이 크다.
우리는 영어교육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론적 근거와 경험적 성공사례가 없는 공상적 영어실험에 학생과 시민들을 몰아넣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에 반대한다. 더구나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의 통번역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때에, 과거의 낡은 방식을 따라 외국인과 소통하는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공공 생활에서 쉽고 정확한 소통을 방해한다.
공공기관에서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려다 보면 정책 이름과 사업 이름, 공공시설의 이름, 행사명, 행정 용어 등에 영어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부산시는 광안대교를 다이아몬드 브릿지로, 달맞이길을 문탠로드로 바꾸어 부르는 등 영어를 남용하는 일이 잦아 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역 이름에서도 센텀시티, 마린시티, 에코델타시티, 그린시티 등 대한민국 도시답지 않게 외국어를 남용하고, 휴먼브릿지, 금빛노을브릿지, 사상리버브릿지, 감동나루길 리버워크 등 새로 만드는 시설 이름에도 영어를 잔뜩 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상용도시를 추진한다면 정책과 행정용어에서도 영어 사용이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영어상용도시 추진 방침에서 부산시청뉴스와 부산시청 상용문서, 안내판, 공공시설 이름, 대중교통수단 등에 영어를 적용하겠다고 했으니, 영어 홍수 속에서 정작 공공정보 그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이 생길 판이다. 이는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국민의 알 권리를 해치게 될 것이다.
넷째, 부산시 행정을 왜곡한다.
서울시에서 2003년에 공문서를 영문으로 만들고 간부들 영어회의를 추진했던 영어공용화 정책, 서울 서초구청이 2008~9년에 시행했던 공무원 영어회의 등이 이미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행정 업무의 기획과 추진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선도하여 영어상용도시를 만들겠다는 박형준 시장의 전략 아래서는 공무원의 행정 능력보다 영어 능력을 중시하게 된다. 부산시에서 영어 능통 공무원을 채용하고 공무원들의 영어 교육을 지원하겠다고 하니, 영어 능력 향상에 공무원들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 행정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행정 공백과 언어 소통 장벽 앞에서 고통받는 부산시민의 아픔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영어 친화적인 교육 환경을 만든다는 영어 상용 정책, 영어 교육도시 만들기는 영어가 경쟁력이고 능력의 잣대라는 오랜 미신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이 땅에서 영어는 우상처럼 떠받들어지면서 우월감을 과시하는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영어는 소통의 도구라기보다 구별짓기와 영어 계급사회로 가는 수단이 되었다.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이런 시류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식민지,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이제는 영어 식민지를 자처하고 나서는 꼴이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옛 조선어학회 선열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 일제에 당당히 맞서 목숨을 걸고 우리 말글을 지키고 겨레의 자존심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지역인데 이를 짓뭉개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시장과 교육감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를 공부할 필요나 의욕이 절실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억지로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여 영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실효성은커녕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짜증을 안길 뿐이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식어는 한국어인데, 영어를 몰라 한국 사람이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면 이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 시민에게 불편을 감내하라니, 이야말로 노예근성과 다름없다.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방법이 어찌 시민들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하여 달성할 일이겠는가? 게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를 다루는 공공언어에서 영어를 남용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외국어 약자의 자존감을 짓밟는 결과가 뻔히 보인다.
세계 박람회에 대비하는 일이라면 전문 통번역사와 자원봉사자, 정보통신기술 등을 잘 활용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도울 일이다. 그리고 부산시민은 한류의 본고장 시민답게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일에 치중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세계인들은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고 세종학당과 한국어학당을 찾고 한국을 방문하는 추세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닌 부산시의 말글 문화가 대한민국 말글 문화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여 하루빨리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철회하라!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지럽히고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실현 불가능한 환상에 바탕을 둔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그저 영어남용도시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정책을 막아내 부산의 정체성, 우리 문화의 정체성, 부산교육의 건강성, 부산시민의 언어인권을 지킬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백해무익하고 실현 불가능한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2. 부산 시내 지역 이름과 시설 이름, 다리 이름 등에서 불필요한 외국어를 없애라.
3. 부산시 정책용어, 행정용어에서 영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라.
4.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에서 지나친 외국어 안내를 줄이라.
5.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이 우리말 사랑, 한글 사랑에 앞장서라.
2022년 8월 29일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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