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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고 초등학생용 적정 한자 수를 제시하겠다던 정책의 결정을 유보할 분위기다. 교육부 방침에 반대했던 우리 한글문화연대는 교육부에서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국민의 상식적 비판을 존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사실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명분도 근거도 없는 초등 한자교육 강화 방침을 백지화하지 않고 불씨를 남겨 앞으로도 국가 정체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전면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2015년 9월 4일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2차 공청회>에서 “한자병기 등 한자교육 강화의 명분으로 내건 ‘국어능력 저하’의 객관적 근거를 찾았는지, 그런 근거가 없으므로 초등 교육과정 편성운영기준에 한자교육을 강조하는 문구도 삭제할 뜻은 없는지?”라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의 질문에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도 한자가 병기된 그런 책이라면 읽기 싫습니다. 한자병기 문제는 첨예한 논의가 있어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교육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이어 사회를 맡은 황규호 교수(이화여대)는 “그렇다면 그동안 유지되던 것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이해하겠다.”고 김 위원장의 답변을 거들며 유보 기류를 표현했다.
이건범 대표는 2015년 8월 24일 열린 <한자 교육 관련 공청회>에서 지정 토론을 통해 “기초 연구나 실태 조사 없이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려고 하지 말고, 2~3년 정도의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기초 연구를 한 뒤 체계적으로 각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일곱 가지 연구 과제를 제시했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자면 연구위원회에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들어 결정을 1년 늦출 것을 건의하였고, 한자를 병기한다면 5학년 교과서부터 본문이 아니라 주석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유보 방침은 국민의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우회로를 찾으려는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서 초등 한자교육 강화 방침을 폐기하지 않고 추가 연구라는 명분 아래 꼼수를 부릴 경우에 대비해 한글문화연대에서는 독자적인 연구진을 꾸려 대응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에서 그동안 보인 한자 편향적 연구 행태를 고려할 때 근본적인 기초 연구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에 언어학자, 국어학자, 인지과학자, 교육대학 교수, 중국어 학자, 일본어 학자, 초등교사 등을 모아 연구진을 꾸릴 계획이다. 또한, 한자 문제에 전문성이 부족한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에 문호를 개방하여 공동연구와 합동 토론회도 제안할 방침이다.
8월 24일 공청회에서 이건범 대표가 제안한 연구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인문사회적 소양을 키우는 데에 한자 지식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자 지식의 양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 2) 한글 세대의 독해력이 세대 간, 국가 간 비교에서 정말로 문제가 있는가? 3)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교육 활성화, 독서 활성화, 그 밖의 다른 방법이 각각 어떤 효과를 지니는가? 4) 중고교 한문수업의 문제와 개선책은 무엇인가? 5) 초등학생 발달 단계에서 낱말의 한자 어원 이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자어의 이해는 한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수반될 때만 가능한가, 아니더라도 충분한가? 6)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경우에 읽기 속도와 문장 전체의 맥락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7) 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자교육의 양과 문제점은 어떠한가?
* 문의: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운영위원, 010-2614-49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