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현주소를 분석한 논문 소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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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준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7-12 15:36 조회13,0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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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현주소를 분석한 논문 네 번째를 올린다.
간판 언어의 양상과 실태 분석
- 부산 지역 간판 언어의 현황을 중심으로
배해인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
1. 서론
간판은 ‘기관, 상점, 영업소 따위에서 이름이나 판매 상품, 업종 따위를 써서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게 걸거나 붙이는 표지’로 언어와 디자인 등이 그 구성 요소로 존재한다.
요즘 간판 언어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오류가 있다면, 또 그것이 제재되지 않는다면, 대중은 잘못된 언어규칙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거나 국어 생활에 혼란을 빚을 수도 있다.
본고는 부산 지역의 간판 언어의 양상과 실태를 살펴보고, 그것의 규범적 측면과 수용적 측면을 분석하고자 한다.
2. 간판 언어의 표기 현황
2.1. 부산 간판 언어의 표기 현황
부산은 해양 도시의 특성과 중심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안지역의 간판 언어와 번화가 지역의 간판 언어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2.1.1 부산 해안지역의 간판 언어
해안지역은 유흥가와 관광지의 간판 언어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지역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2.1.1.1. 영도 유흥가 중심지역
의료, 식당, 술집 등 16개 업종을 고유어, 한자어, 외국어, 혼합어, 특수어의 5개 어종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623개의 간판 언어 중 한자어가 273개로 가장 많고, 외국어가 109개로 두 번째, 고유어는 101개로 세 번째로 많았다. 업종에서는 식당이 가장 많았다.
2.1.1.2. 영도 태종대 부근 지역(관광지 중심)
69개의 간판 언어 중 업종은 식당, 어종별로는 고유어가 34개로 가장 많았다.
2.1.2. 부산 번화가의 간판 언어
2.1.2.1. 남포동 일대
17개 업종, 417개의 간판 언어 중 외래어가 231개(55%)로 가장 많다. 고유어 사용은 8개(0.02%)밖에 안 되어 너무 대조적이다.
* 옮긴이 논평 : ※ 외래어, 외국어의 구별을 엄격히 하지 않은 것 같다. 외국어 원어(로마자)를 그대로 표기한 간판도 많다. 이런 문제점도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2.1.2.2. 부산역 일대
15개 업종, 426개 간판 언어 중 외래어(외국어) 간판이 181개(43%)로 가장 많다. 남포동에 비해서는 비율이 낮다.
2.1.2.3. 서면 메디컬스트리트 일대
16개 업종 462개 간판 언어 중 한자어가 145개로 가장 많다.
3. 규범적 측면에서의 분석
3.1. 음운적 어법 오류
보기) 래일 노래방/락원숯불갈비/록수 수족관
모두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3.2. 형태적 어법 오류
보기) 행쇼/ 간난이분식/안녕하십시요
'행쇼'는 ‘행복하십시오’의 통신 줄임말 유행어이다. 뜻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줄여진 말이다. ‘간난이분식’은 ‘갓난이분식’이 맞고, ‘안녕하십시요’는 ‘안녕하십시오’가 맞다.
3.3. 외래어 표기 오류
보기) 쥴리아나(줄리아나)/ 마린 써비스(서비스)/ 참피온 노래회관(챔피언)/ 근대화수퍼마켇(슈퍼마켓)/ 드레곤완구사(드래건)/ 서면메디칼치과(메디컬)
괄호 안의 글자가 외래어 표기법에 맞다. 그런데 현재 간판 언어는 로마자만으로 쓴 간판 또는 한글과 외국 문자를 섞어 쓴 간판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처‘럼 로마자가 표기된 간판이 점점 늘어나고, 특정 지역에는 로마자 표기의 간판이 고유어의 간판 언어의 몇 배나 되는 분포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글에 대한 감수성과 자긍심을 무디게 만들 수 있고, 불필요한 ‘외국 문화 사대주의’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 있다. 필자는 여기서 이를 “이미 정착된 ‘외국 문화 사대주의’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4. 수용적 측면에서의 분석
간판 언어에는 사용자의 의식(의도성)이 반영되어 있고, 업종을 인지시키는 상징성이 있다.
여기서는 간판 언어의 이러한 성질에 주목하여 그 수용적 측면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4.1. 중의적 간판 언어
보기) ㄱ. 참치데이/ ㄴ. 나은 식당/ ㄷ. 다정한 식당
ㄱ의 ‘데이’는 경상도 방언의 종결어미 ‘-데이’로 볼 수도, 영어 ‘day’로 볼 수도 있어 중의적이다. ㄴ의 ‘나은’은 사람 이름으로 볼 수도 있고, ‘낫다’의 활용형 ‘나은’으로 볼 수도 있어 중의적이다. ㄷ의 ‘다정한’은 ‘다정하다’의 관형형으로 볼 가능성이 크지만 ‘다 정한’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동음이의어로 해석할 수 있는 간판 언어는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어 중의적이며 행인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 주류업 상품 ‘즐거워예’도 마찬가지다.
4.2. 방언형 간판 언어
보기) ㄱ. 할매 돼지순대국밥/ ㄴ. 땡벌 노래방/ ㄷ. 니캉내캉 노래방
여기서 앞 어절이 방언이다. ㄱ은 할머니의 강원, 경남, 전남, 충남의 방언이고, ㄴ은 땅벌의 강원 방언, ㄷ은 너랑 나랑의 경상도 방언이다.
방언형의 간판 언어는 모르는 사람에겐 무의미하겠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친근함과 익숙함을 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는 특징이 있다.
4.3. 신조어 간판 언어
보기) ㄱ. 행쇼/ ㄴ. 돼장금
ㄱ은 3.2에서 언급했듯이 ‘행복하십시오’의 통신 줄임말 유행어로 그 뜻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혼동을 줄 수 있지만, 그 뜻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친근함과 재미를 줄 수 있다. ㄴ은 ‘돼지’와 요리 솜씨가 뛰어난 궁녀 장금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대장금’의 합성어로 돼지의 앞글자인 ‘돼’와 대장금의 앞글자인 ‘대’의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하여 말장난처럼 만든 상호라고 볼 수 있다. 이 뜻은 ‘뛰어난 솜씨의 돼지 요리집’이란 뜻을 담고 있다.
신조어 간판 언어는 언뜻 보기엔 혼동과 혼란을 줄 수 있지만, 그 뜻을 알면 흥미를 유발한다는 효과가 있다.
5. 결론
간판 언어의 실태에 대하여 부산의 간판 언어를 중심으로 알아보았는데 간판 언어를 해안 지역과 번화가 지역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해안 지역의 유흥가 중심 지역은 업종은 식당이, 어종은 한자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같은 해안 지역의 관광지 중심 지역인 태종대 부근은 업종이 다양하진 않으나, 대체로 고유어의 분포가 높았다. 번화가 지역 중 남포동 일대는 의류업계가 가장 많았는데 외래어가 9할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분포를 보였다. 부산역 일대는 외래어 분포가 가장 높았으나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서면 메디컬스트리트 일대는 가장 많은 식당 업계와 의료 업계에서 한자어의 분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간판 언어의 규범적 측면을 분석해 보니 음운적 어법 오류에서는 두음법칙 등의 음운 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나타났고, 형태적 어법 오류에서는 그 뜻을 알 수 없는 줄임 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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